월요일, 5월 07, 2007

미국 이야기.. (2)

지난 번에 미국의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적었는데, 한마디로 어려서부터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키우는 인성 교육이 미국 교육의 큰 축이었던 것 같다. 어제 뉴스를 보니 "빨간 노트"라는 것이 나오던데.. 초등학생들이 근처 문방구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란다. 뉴스의 내용을 듣자니 절로 오싹하면서 탄식이 나왔다. 혹시 "데스노트"라는 것을 아는지..? 일본 만화가 원작으로 얼마전 우리나라에 상영되기도 했다고 한다. 노트에 사람의 이름을 적으면 그 사람이 죽는다는 것인데.. 빨간 노트도 여기서 유래했다고 한다. 즉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본인을 괴롭힌다던가 하는 여러 가지 이유로..), 그 사람의 이름을 적어서 이른바 "저주"하는 노트가 빨간 노트라고 한다. 노트에는 "희생양"의 끔찍한 형상의 스티커를 붙이고 몸의 어느 부위가 다쳐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표시하는 부분도 있었다. 집사람과 그것을 보면서 정말 믿기지 않았다. 세상에 아무리 싫어도 "저주"를 표현하고 그 사람이 죽기를 바라다니.. 그것도 초등학생들이.. 아무리 철이 없지만 무엇인가 많이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나는 이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현 실태인 것 같다. 미국이 좋고 우리나라는 나쁘다라는 간단한 논리는 아니다. 교육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요목조목 따져서 이런 것들 때문에 잘못되었어.. 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이 (꽤 많이..) 친구들을 종종 경쟁자이상의 저주받을 대상으로 보는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고, 이것이 과연 누구의 탓인가 생각하면.. 어디서나 1등을 해야 대우 받는 순위 경쟁 교육 때문이 아닌가.. 감히 생각해 본다.

장황하게 어제 뉴스에서 본 이야기를 쓴 것은 무척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오늘 쓸 이야기에 관련이 있기도 해서이다. 집사람과 같이 내가 느낀 미국의 또 다른 교육 특성은 바로 아이들을 "한 사람의 인격체"로 옳바르게 대우하고, 혼내서 바로잡는 것이 아닌 "칭찬 위주의 교육"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 딸인 태은이를 학교에 보내고 한 일 주일 정도 지나니, 폴더 (알림장)에 시간표 비슷한 것을 붙혀가지고 왔다. 한국에서는 못 보던 것이라 무엇인가 하고 신기하게 보고 있는데 같이 가져온 노트를 보니 "보물 상자 (treasure chest)"에 쓰는 것이란다. 보물 상자라.. 알고 보니 이 시간표 같은 것에 공란이 약 20여개가 있는데 하루 하루 무엇인가를 잘 할때마다 (남 도와주기, 공부, 기타등등) 스탬프를 1-3개 찍어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스탬프가 꽉 차면~ 빙고~ 보물 상자를 열어서 그 중에 갖고 싶은 물건 하나를 마음대로 골라 갖는 것이었다. 야.. 이거참 내가 생각해도 나 어렸을 때 이런게 있었으면 정말 하고 싶었을 것 같다. 선물이 가득 담긴 상자를 열어서 그 중 하나를 갖는다면.. 정말 행복했을 것 같다. 보물 상자에 들어가는 물건들은 학부모가 학년 초에 같은 것으로 약 20여개정도 사서 보낸다. (나도 2학년 초에는 보냈다.) 값도 별로 비싸지 않아서 하나에 약 50 센트 정도되니까.. 약 10불 이면 다 살 수 있었다. 이런 장난감이나 학용품, 간단한 식품들은 "Dollar Tree"나 "Wall Mart" 같은 곳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

비단 보물 상자 뿐만 아니다. West Hills에서는 독서를 매우 장려했는데, 하루에 한 번씩 부모 앞에서 15분간 책을 큰 소리로 읽으면 역시 부모가 "Book Stamp"에 서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이 것이 꽉 차면 아이는 도서실에서 열리는 피자 파티에 초대받을 수 있었고, 친구들과 신나게 어울리면서 맛있는 피자를 먹을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이 두 가지가 보이는 것이라면 보이지 않는 것들도 많았다. 태은이에게 물어보니 무엇인가를 잘하면 정말 너무너무 과장되게 (우리나라 기준으로~) "Wonderful", "Great", "Good Job"하며 기를 살려주고, 만약 잘못한 일이 있으면 아주 큰 잘못이 아닌 이상, 혼나지 않고 먼저 왜 그렇게 하면 안되는지 차근차근 설명하고 다른 방법을 알려준다고 했다. 잘하면 확실하게 칭찬하고 잘못해도 무조건 혼내지 않는 교육.. 태은이가 학교가는 것을 왜 좋아하는지 알만 했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선생님이 이렇게 가르치니 같은 반 친구들조차 서로 서로 칭찬하는데 인색하지 않다는 것이다. 조금만 예쁜 옷을 입고가도 달려와서 "Very pretty"를 연발하는 아이들, 다른 친구들이 공부를 잘해도 시샘하지 않고 축하해 주는 아이들, 우리나라의 현실하고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빨간 노트에 대한 뉴스를 접하고 다시 생각하게 되는 미국 생활이었다. 물론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은 다를 수 있고, 미국 교육에도 문제점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전 버지니아에서 일어난 조승희 사건 추모 현장에서 희생자 뿐만 아니라 가해자인 조승희에게도 추모의 편지와 꽃을 놓아두는 미국 학생들을 볼 때, 숱한 사회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과연 미국의 교육은 아직 대단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가 없다.

빨간 노트로 시작해서 그런지 조금 엄숙한(?) 분위기로 마무리를 한 것 같은데, 우리 나라의 사회 문제와 연관지으니 교육적인 면에서 어떤 부분을 우리가 좀더 생각해야 할 지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미국에서 느낀 점들을 미국에 있을 때 정리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한국에서 정리하다보니 잊어버린 것도 있고, 생생하게 적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지만 나름대로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교해서 적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생각나는 것들을 시간 나는대로 정리해 봐야 겠다. 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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